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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이란 시든 가지였다. 그러나 여태 붙어있던. 장례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 어린 시절에 그들에게 종교 같은 건 없었는데 장훈의 장례는 천주교식으로 진행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까. 신이라는 존재에 기대고 싶을만큼 나약해져 갔을까.

대신 그는 입구와 조금 떨어진 곳 화단 바위에 엉덩이를 대충 걸치고 앉아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장훈과 몰래 피워보았던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 담배를 샀다.올려다 본 하늘이 우중충하게 잿빛이 꽉 들어차 있었다. 비는 떨어지지 않았으나 콰르릉거리는 작은 천둥 소리가 울렸다. 비가 오려나. 검색창에 오늘 날씨를 치자 강수 확률이 10퍼센트란다. 마른 하늘이 빗 방울을 떨어트리지 않을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았으나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였다. 마치 장훈이 시목으로 오인 받아 총에 맞아 죽을 확률처럼.

검은 우산을 받쳐든 시목이 새 담배를 물었다. 가벼운 가랑비가 우산을 치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렸다. 멀찍이 서서 검은 천을 씌운 관이 성당 밖으로 옮겨지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제 그의 관은 화장장으로 옮겨져 한줌으로 전소될 것이었다. 마지막 남은 담배를 태우면서 장훈의 마지막에 심심한 추모를 보냈다. 아버지의 비참한 얼굴을 멀리서 관망한다. 장훈은 결혼을 하지 않은 듯 했다.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내내 부서져 내릴듯이 오열하고 있는 사람은 우선 남자였고, 배우자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보였으니까. 자식이라기엔 나이가 많고.

시목의 입가에 문 담배가 거의 필터에 가까워져 있었다.

멀리 서 있어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얼굴이었다. 슬픔을 참을 생각도 없이 일그러진 입매가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잔뜩 붉어진 동그란 코끝. 그리고 장훈의 마지막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동그란 눈 두덩이가 코만큼이나 붉은 빛을 띠었다. 그 눈 위로 이마를 덮은 앞머리가 비에 젖어가고 있었다. ‘쌍둥이는 사람 취향도 똑같다는데.’ 기억 속 저편에 묻혔던 형제의 말이 귓전에 울렸다. 필터만 남은 담배 꽁초를 바닥에 던져 구둣발로 비벼 밟았다. 발 아래에서 짓뭉개진 담배꽁초를 쳐다봤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동생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울음을 멈춘 그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에 짙은 분홍색으로 물든 눈이나 코가 아니었다면 방금까지 보였던 오열하던 얼굴이 환상이 아니었나, 의심할 수도 있을 무표정이었다. ‘진짜 괜찮은 애 만나면 꼭 나누기야.’ 그렇게 말하던 목소리는 제 것이었던가, 장훈의 것이었던가. 어깨 위에 동생의 유령이 들러붙은 듯한 소름 돋는 감각이 뒷목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간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동재라고 하는데요. 황시목 검사님 계신가요?”

“약속하고 오셨어요?”

“아..., 아뇨.”

“그럼 곤란한데요. 여기 이렇게 막 찾아오시면...,”

대화 소리에 문을 열고 나온 시목은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던 어린 남자를 알아본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실무관과 동재가 동시에 시목에게로 주의를 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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